한 때는, 게임 기획을 준비했던 터라, 게임 기획과 프로듀싱에 관련된 책들을 종종 사보곤 했는데, 그때 익힌 지식들은 지금까지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게임은 IT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나 애자일 방법론 등은, 최근 10 년 간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개발 소프트웨어 개발 철학이지만, 게임 개발 분야에서는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그와 매우 유사한 개발 프로세스를 여럿 도입해왔다. 단지, 하나의 철학으로 정립되지 않았던 것 뿐이다. 몇 년 후, 하나의 철학으로 정립된 그것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발표되고, 그에 전 세계의 개발자들은 열광한다.[각주:1]

그런가하면, 90년대 후반의 해외 온라인 게임 기획자[각주:2]들은, 사용자의 70% 이상이, 게임 내 경쟁이나 모험, 또는 괴롭힘보다는, 게임 내 사회적 활동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회적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발견해낸다.[각주:3] 그로부터 7~8년이 지난 후에야, 전 세계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다.

UX에 대한 관심 역시도 마찬가지다. 게임은 특히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에 민감하여, UX 경쟁에서 밀리면, 게임은 흥행에 실패하였고, 또는 있던 사용자들 마저도 빼앗겨 버렸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그 변화는 매우 급격해졌고,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수많은 창의적인 방법들이 시도되기 시작하였다.[각주:4] UX에 대한 관심은,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전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들이 모두 관련 부서를 둘 정도로 크게 증가하였다.

그런가하면, 국내 게임 기획/개발자이신 김학규님께서 2002년에 공개한 IMC 가설[각주:5]은, (약간 내 멋대로 변형하긴 하였지만)현재 내가 가장 존중하는 서비스 기획론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다시 작성하도록 하겠다.

그 외에도, 카우보이 프로그래밍과 크런치모드의 폐해, 기획/개발 부서 간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 방법, 사후 평가의 중요성, 상용 엔진(라이브러리) 도입의 장단점 등, 해외의 게임 기획 서적들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결코 얻을 수 없었을 값진 지식들이 셀 수 없이 많고 방대하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그 때 읽었던 책들 때문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결론

물론, 게임 개발 업계와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의 트랜드가, 상호간의 인과 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의 게임 개발 업계는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또 항상 한 발자국 앞서서 빠르게 대응한다. 그렇기에, 게임 개발 업계의 성공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뛰어난 게임,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게임이 있다면, 그 게임을 기획/개발한 사람들의 포스트모템을 읽어보라. 그리고 그들히 밝힌 게임의 특징과 성공 요인을 분석하라. 분명 몇 년 후에는, 그 특징 그대로를 가진 무엇인가가 전 세계를 뒤흔들 것이다.


  1. 물론, 하나의 원리를 가진 철학으로 정립해낸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또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다만, 일반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 분야에 미리 관심을 두고 있었다면, 이를 더 일찍부터 익힐 수 있었을 것이란 뜻이다. [본문으로]
  2. 더 정확히는, 해외의 어느 대학 교수가 연구하여 발표한 논문이 근거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문으로]
  3. 반면에, 재미있게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사용자들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킬러형이 1위, 경쟁형이 2위, 모험가와 사회형이 공동 꼴지를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문으로]
  4. 아마 디아블로의 사후 평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게임은, 개발 초기부터(!?), 그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용자를 앉혀놓고, 게임을 플레이하게 한 후, (사용자를 둘러싸고 지켜보면서) 사용자의 마우스 움직임, 키보드 입력 등을 분석하여, 그를 기반으로 인터페이스를 만들었다. 사용자에게 특정 동작을 행하라고 한 뒤에, 마우스가 화면 상단으로 움직이면, 그 곳에 그 기능을 만들어 넣는 것이다. (행하라고 했던 동작은 애초에 구현되어 있지도 않았다.) [본문으로]
  5. http://lameproof.com/zboard/zboard.php?id=bbs2&no=1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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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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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퍼플린 2010/03/15 1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김학규님 홈페이지 올만에 들어가보네요 -ㅅ-; 아직도 운영중이었군요..

    라그나로크 이후에 하나 말아먹어버려서.. 뭐하고 사시나 했더니;;

    이찬진님하고 비슷한 느낌으로 가는건가요 -ㅅ-;

  2. BlogIcon 퍼플린 2010/03/16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죠 GE -ㅆ-

    ZERA, SUN, GE 로 빅3 로 떠올랐으나.. 셋다 침몰.. -ㅅ-;;;

    GE 같은경우 완전 무료로 바뀌고 나서 캐쉬로 연명하고는 있지만.. 초반의 계획과 원대했던 꿈에 비하면 초라한 현실이지요.

    잘될수 있었던 게임이었는데 초반에 좀 무리하지 않았나 싶게 운영이 막장으로 흘러가서 -ㅅ-;

    초반 운영을 조져서 망해가는 게임들이 좀 많은듯 -ㅅ-;; C9도 그렇고.

    • BlogIcon 찬익 2010/03/16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그라나도는 한창 바쁠때 나오는 바람에, 직접 해보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운영의 문제점은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혹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인해 게임 몰입도가 떨어지진 않았는지요?

  3. BlogIcon 퍼플린 2010/03/16 16: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터페이스 자체는 괜찮았지요
    한번에 다루는 캐릭터가 세명이다 보니 한명은 컨트롤 하게 되고 두명은 인공지능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이럴때 문제는 인공지능이 모자라면 세명이라는 메리트가 사라지고 뛰어나면 자동 사냥이 되버리는 문제가 생기는데 그라나도는 뛰어난 쪽이었죠
    사냥터마다 그냥 세워놓고 잠수 타고 퀘 하러 가면 퀘몹을 잡을수가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 ㅎㅎ

    이벤트 같은거 하면 다시 시작해볼까 생각도 하는데 충성스러운 사용자는 못될듯;;

    잘만든 게임이기는 합니다.
    인기와 완성도가 매번 정비례 하지 않는 다는게 아쉽지요. 망해버린 수작들이 게임계에는 너무 많아서 -ㅅ-;;

    • BlogIcon 찬익 2010/03/17 11:45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예를 들어, World of Warcraft나 EverQuest 같은 게임들은, 캐릭터의 어깨 높이에서 화면을 표시함으로서, 플레이어가 마치 실제 게임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도록, 즉, 몰입도를 최대한 높이고 있습니다.
      몰입도가 높은 게임은, 운영 정책 등에 여러가지로 불만이 있어도, 고객서비스 팀만 바빠질 뿐, 게임은 계속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리고, 국내에서 높은 품질의 유료 게임이 성공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 전반적으로 가치 인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한 달 술 값으로는 수십, 수백만원씩 쓰면서, 한 달 게임 사용료 몇 만원은 내지 않으려 합니다. 고객 서비스만 봐도, 여느 호프집 알바보단 서비스가 좋은데 말이지요. :'p

    • BlogIcon 찬익 2010/03/17 1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산업은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도 앞날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 BlogIcon 찬익 2010/03/17 1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물론 WoW나 EQ 등은 인터페이스 외에도 몰입도를 극대화 하는 장치를 여럿 두고 있으니, 적절치 않은 예시 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2 명의 서포트 NPC가 존재한다는 점은 왠지, 학규님의 개발자적인(?) 면모를 느끼게 하네요. 알아서 해주는거 지켜보고 있으면 참 즐겁지요. Summoner 클래스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

  4. BlogIcon 퍼플린 2010/03/17 14: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치 인정에 대한 인식도 분명 문제가 있겠지만.. 개발사의 대처 방안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와우 이전의 게임들은 분명히 대부분 유료 게임이었지만 꾸준히 유저의 유입이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게임을 애들의 놀이가 아니라 하나의 취미 정도로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겼구요.
    (정확하게는 와우 이전인지 그보다는 좀더 전인지는 불분명하겠지만;;)

    당시에는 선택의 폭이 좁기도 했고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꽤 높은편이었습니다. (유저의 눈높이가 지금보다 낮았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와우가 나오면서 상황이 좀 바뀌게 되었는데요. 돈을 내고 즐길만한 게임과 돈내기에 아까운 게임의 기준이 생겨버린거죠.
    그전에도 물론 울온이나 EQ 같은 완성도 높은 외국산 게임들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국내 유저들은 일부만 즐기고 있었을뿐 대부분 큰 유통사에서 내놓은 게임들을 즐기고 있었지요.

    이 시기에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새로 등장 하는 게임들이 광고와는 다르게 고질적인 컨텐츠 부족과 몰입을 오히려 방해하는 퀘스트등.. 돈내고 즐기기에 아까운 게임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유저들이 수준이하의 게임에는 돈내기를 아까워 하니 그럼 일단 공짜로 하게 하고 캐쉬로 돈을 뽑자는 생각이 커지게 되는거죠. 기존에 캐주얼 게임이나 보드게임등에서만 사용되던 부분 유료화 모델이 MMORPG 까지 범용적으로 적용되게 됩니다. 부분 유료화도 일단은 외국에서 밴치마킹 하고 있는 게임의 성공 수익 모델중 하나 입니다 -ㅅ-;;

    아..뭔가 정리가 안되는군요..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거 같어요 글쓰기 연습좀 해야 할듯..

    암튼 요점은 게임사용료를 낼만한 게임에는 돈을 낸다는 것입니다.
    개발사들이 노력 해야지요 -ㅅ-; 오픈해놓고 한달도 안되서 컨텐츠가 바닥나서 유저들은 부캐로 똑같은 던전을 돌거나 마지막던전 노가다밖에 할일이 없어지는 게임에 돈을 내기는 아깝잖아요 ㅎㅎ

    • BlogIcon 찬익 2010/03/17 2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우리 나라에도 훌륭한 게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당시 독특한 개성과 높은 몰입도를 가진 RYL이나 Everquest2도 국내 사용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유료화 직후 서버가 텅 비어버렸습니다. "성급한 유료화"란 이유였고, 다르게 해석하면, "아직 돈 내고 사용할 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다"가 될 것입니다.
      특히 RYL의 경우에는, 유료화 시점이 WoW가 나오기 한참 전이었습니다.

      말씀하신 WoW조차도, 유료화 직후 사용자들이 다량으로 빠져 나갔고, 몇 주에서 몇 달 후에야 다시 돌아온 경우가 많았음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불매 운동도 있었구요. 워낙 초기에 사용자가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사용자들이 남았고, 또한 떠난 사용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시점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사실, '돈내기 아까운 게임'이라는 기준도, 당시에는 '큰 목소리', 즉 악플이나 악평으로 형성된 여론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여론이 형성되는 원인도, 또한 초기의 악플/악평도, 가치 인정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지금은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이 자동화 되어, 초기의 다량 악플/악평이 없어도 제일 먼저 '돈내기 아깝다'는 얘기가 나오는 점과, 이미 국내 게임 산업에서는 이렇다 할 수익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퍼블리셔들이, (말도 안되는 게임을 만들게 하고는) 국내 사용자들을 단순히 아시아 진출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점이 그 때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전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ㅎㅎ)

  5. BlogIcon 퍼플린 2010/03/17 15: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GE 를 새로 다운받고 해봤습니다. 인터페이스 이야기 하다보니 정확하게 어떻게 세넘을 조작했는지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ㅅ-;;

    6기가 정도 되는 클라이언트를 받아서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니.. 확실히 복잡하기는하지만 나름의 기준에 맞춰져 있어서 어느정도 숙련만 거치면 별 어려움 없이 쓸 수 있을 정도는 되더군요.

    온라인 게임에 빠지면 훼인 될까봐 디아블로도 안하고 버텼는데 아차 하는 사이에 시작한 첫 온라인 게임이 라그나로크 라서 김학규 PD에 대한 애정이 꽤 있었지요 ㅎㅎ

    GE 망하지는 않았더라고요, 서버도 아직 다섯개 정도는 되고 캐쉬템 사고 파는 사람들도 꽤 돼고.. 그당시 획기적인 그래픽이었던 만큼 지금 봐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정도는 되구요.
    하지만 초보 마을에 사람은 없더군요..

    하지만 전략보다 액션쪽을 선호하는 제 입장에서는 캐릭터들이 알아서 사냥하는게 여전히 그닥 맘에 들지는 않아요 -ㅅ-; 펫도 추가 됬더라구요.. 캐릭터들 "킵" 시켜놓으면 알아서 사냥하는데.. 템 루팅이 안되니..좀 문제였는데 이제 펫이 루팅을 해주더군요 -ㅅ-;;;;;

    게임은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GE를 하세요 켜놓고 자면 레벨업이 -ㅅ-;;; 전기세와 비례해서 캐릭터 레벨이 그냥 오를듯 합니다 ㅎㅎ

    그라나도게시판에서 본 글이 생각나네요. -ㅅ-;
    질문 - "이게임 아직도 하세요??"
    답변 - '죽지못해 사는거랑 비슷합니다"

    아 요즘 할만한 게임이 없어요 -ㅅ-;

    • BlogIcon 찬익 2010/03/17 2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지난 해에 잠깐, 미국 서버에서 EQ2를 다시 시작했다가, 몇 주 만에 새 프로젝트 때문에 접었습니다. 국내 출시 때와는 많이 달라졌고, 또 많이 재미있어졌더군요. 시작하면 며칠 간 무료일텐데, 한 번 해보시는 것도.
      특히, 그 때 저는 착한 미국인을 만나서, 그 사람이 영어 공부도 시켜줬습니다. -_-;

  6. BlogIcon 지돌스타 2010/03/24 2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글 너무 잘봤어요. 요즘 게임에 눈독들이고 있는데.... 어휴~ 이 분야는 또 달라서~ 공부할께 많네요. ^^

  7. BlogIcon 우야꼬  2010/03/31 17: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셜 서비스 게임을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매우 도움된 글이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자주 뵙는데 또 이렇게 도움을 얻고 갑니다~

    • BlogIcon 찬익 2010/04/01 0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읽어주신 것 만으로도 그저 감사한데, 도움이 되는 내용도 있었다니,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오프라인에서도 한 번 뵈어야 할텐데요. :'p